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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2
    # = Memorize/M_ = 생각 2021. 7. 27. 09:53

    발단 

    - 2021년 7월 23일 (금)

    재택근무를 마치고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요 근래 가까워진 좋은 친구와 인왕산 등산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등산 탓인지, 개꿀잠을 잤고 24일 25일 (토, 일)은 솔로 등산과 러닝이 계획되어있었다.

     

    전개

    - 2021년 7월 24일 (토)

    분명 새벽에 화장실 때문에 잠에서 깼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일어나서부터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심해서 걷는게 불편했다. 특히 움직임 없는 시간이 길수록 오래된 자동차 마냥 몸에 시동을 거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고통스러웠다.

     

    금방 낫겠지 하고 평소와 같은 주말 (서둘러 오전에 집안 일을 끝내고 집에서 카페로 내 몸 옮겨두기 with 천근만근 백팩) 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주말은 혹은 그 이상 통증 때문에 운동을 못 하겠구나' 라는 절망이 가뭄에서 비를 기다리는 식물 마냥 알코올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 폭음

     

    위기

    - 2021년 7월 25일 (일)

    2주 만에 돌아온 마이달링 아부지와 능이 어쩌구 저쩌구 오리백숙을 먹었다 (feat 반주). 글자 길이 만큼이나 비쌌다. 내가 안냈다. 몸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주말을 보냈다. 저녁부터 통증이 심해졌다. 

    타이레놀 4알을 먹고도 아픔이 가시질 않아 새벽 3-4시까지 끙끙대다가 겨우 잠들었다.

     

    절정

    - 2021년 7월 26일 (월)

    - 오전

    아침에도 통증은 여전히 심했고,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9시 진료시작이라 9시 10분에 도착했지만 (휴가 쓰기 싫어서 호다닥 진료 받고 일 할 생각으로) 한 시간 반 후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결론은

     

    1. 초음파 진단으로는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보인다.

    2. 운동을 시작한지 두 달쯤 되었는데 운동 직후부터 통증이 있었던 것이 아닌데다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 (여기 저기 조사결과 나는 내 잘 못된 운동습관이 누적되어 펑 터진 것이라고 셀프 진료를 내린 상태였다.)

    => 통풍이다.

    => 병원 휠체어를 타고 궁댕쓰빵댕쓰 주사 두 방을 맞고 요산 수치 측정을 위해 피검사를 했다.

     

    무언가 답답하고 화가나고 그래서 괜히 진단 결과도 맘에 안 들고 휴가도 써버리고 오는 길엔 기분전환겸 킥보드를 탔다.

    집에와서 먹어야 할 5일치의 약을 보니 약의 내용은 전부 통풍관련 약이었다.

     

    아니, 저기요. 피검사 결과는 목요일에 나오고 당장 확실한건 아킬레건에 염증인데..?? 왜 염증약이 없는 것이죠?

    괜히 요 근래 깊이 빠진 슬의생이 자꾸 떠올랐다.

     

    - 오후

    오늘 하루는 휴가를 낸 상태이고, 내일 오전까지 무얼해야하나 막막하고 다리는 아프고 분노에 못이겨 반올림 피자를 시켜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먹고 또 '냥' 후회했다. 더 상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기분은 더 상해서 너덜너덜해졌다.

     

    결말

    상한 기분은 잠깐 미뤄두고 복기를 꽤 열심히 해봤다. 나름대로 여기저기 리서치 한 결과

    1. 내가 먹은 고용량 영량제 중 요산 배출을 억제 시키는 영양제를 발견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 나이아신 조심하세요.)

    2. 요 근래 요산 배출을 억제 시키는 고기류 과다 + 빈번히 섭취 (평소보다 배로, 참치, 돼지, 등푸른 생선 등)

    3. 등산 후 다음날 폭음, 폭식 또 다음날 음주

    4. 요산은 유전적 요인이 크게 기여한다는데, 맥주도 안마시는 우리 뽜더 또한 통풍으로 몇 번 고생했었다.

     

    31살 인생 통틀어 가장 건강하고 다방면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질병 하나에 휘청휘청 하는구나. 이게 맞는건가 싶어 열심히 골똘히 고민해본 결과 결론은 이거다.

     

    어차피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확률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간 또 아픈 날이 불현듯 올 것이다.

    내가 갖게된 질병으로 겪는 요 며칠은, 앞으로 남은 삶을 생각했을 때 지금 모니터 앞에 살랑 살랑 날리는 미쯔(혹은 차장) 털보다도 작을텐데 그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에 내 목에 걸린 목줄을 맡길 수는 없다. 이것도 훈련이겠구나. 그래야 나중에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질병이 찾아와도 목줄 따위 풀어버리고 멘탈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목줄부터 짜르자.

     

    당장 이 우울감과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야겠다. 그리고 고심 끝에 대안을 찾았다.

     

    - 나는 7시간 동안 뚱이 (with 3d pen)와 행복한 휴가를 보냈다.

    => simple is the best, 굳이 이런저러한 고민에 휩싸여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느니

    1. 뚱이는 배둘레와 팔두께에 비해 하체가 엄청 부실하구나 ..

    2. 종아리 둘레를 이정도만 해도 되려나 .. 역시 1 dimension의 차이는 엄청나 !

    3. 생각해보니 물속에만 있으니까 부력 때문에 하체를 쓸일이 별로 없겠구나?!

    따위 들의 생각이 나를 치유해줬다.

    2021-07-27(화)

    그리고 다음 날 ㅎㅎ 별로 안 아프다. 알약 처방은 의사 선생님의 확신에 의한 결과였고, 믿고 따르진 못했어도 나는 그 확신을 잘 따랐고 금방 다시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선생님 짱짱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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