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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8카테고리 없음 2021. 12. 25. 01:10
잠들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잠귀가 밝았던 적도 없었다. 근 1년이란 시간에서 누구는 나에게 극도로 예민한 잠귀를 선사했고, 최근에는 덤으로 불면증까지 얹어줬다. 하루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침을 좋아하던 나는 하루 중 유일하게 애정하는 시간조차도 빼앗겨버렸다. 잠깐 약에 의지해 잠에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 작은 알약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꽤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 작은 알약을 받으러 갔다 오는 길은 그것보다 더 별로인 경험이었다. 결국 술은 유일하게 편히 잠에 들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술을 끊은 지금의 나는 잠에 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렸다. 누구는 평생을 집에서 흡연을 해왔다. 화장실, 거실, 안방 할거없이. 누구를 떠나 자취를 시작했건만 누구는 다시 내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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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7카테고리 없음 2021. 12. 21. 21:56
첫 눈이 이쁘게 내렸다. 집에서 소주를 간단히 일 페트 호로록 했다. 물론 이쁘게 내린 첫 눈 때문은 아니다. 편히 잠에 들기 위해서는 맞다. 최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에 못드는 탓에 매일 술 기운으로 잠에 들었더니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 아침마다 고생을 했다. 기상 후 꽤 오랜시간 고통을 동반해야 하기에 오늘은 음주 후 안하던 산책을 나갔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될 것을, 간단한 문제일수록 풀이를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산책은 집 앞에 놀이터로 갔다. 딱히 별 이유 없이 같은 길을 반복해서 돌았다. 어느순간 우스꽝스러운 발자국을 발견한다.걸음걸이 웃기네 하고 피식한다. 발자국을 비교해보니 내 발자국이다. 많이 애정해서 네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 재구매한 체커보드. 많은 사람이 신지만 분명 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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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6카테고리 없음 2021. 10. 13. 22:35
최근에 읽었던 책을 보니 달리기를 오래 즐기던 사람에게 ‘러너스 블루’라는게 찾아온다더라. 삶을 오래 즐기진 않았지만, 언제부터 시작된지 모르는 ‘10월의 블루’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년 그렇듯 ‘이전에는 이걸 어떻게 버텨왔나.’ 싶을 정도로 아린 하루의 연속이다. 거슬리게 손에 박힌, 하지만 인지하지 않으면 무시할 수 있었던 작은 가시는 커다란 유리조각으로 바뀐듯 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괴롭혀 피는 나지 않지만 무언지 모를 상실감은 계속 흐르는듯하다. 10월이 반도 지나지 않은 지금의 나는 ‘11월에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어쩌면 10월 블루는 사라지고 사계절의 블루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비관적인 두 의견이 자신의 영역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싸우는걸 보고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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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5# = Memorize/M_ = 생각 2021. 10. 8. 18:57
결국 회귀했고, 살면서 마주쳤던 끔찍한 몇 번의 싸이클이 다시 돌 준비를 하는듯 하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분명하다. 이전에도 그러했고 이 예감은 단 한 번도 틀린적이 없었다. 나는 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고 또,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 ‘칼에 찔리다가 몽둥이를 맞는다고 그 상황이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라는 비유를 자주 드는데, 최근에 알게된 의사선생님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이 전쟁터에 그 끔찍한 소리들에 익숙해진들 그 사람이 전쟁터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라는 얘기를 하시더라. 하필 제일 싫어하고 위태로운 10월 달에 칼이 다가오고 주변이 전쟁터로 변화하려한다. 내 인생은 딱히 무슨 일이 없어도 온전치 않음을 온몸으로 깨달은지 얼마지나지 않아 진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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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독후감# = Memorize/M_ = 책 2021. 10. 5. 21:04
앞으로 누군가가 나의 책 취향에 대해 묻는다면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라는 책을 좋아합니다! "라고 할 것이다 ! 그게 어떤 취향인가요 ..? 취향의 정의를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 살면서 세워온 나만의 인생관은 꽤나 뚜렷한 편이고, 철학적인 생각을 다른 사람보다 즐기고 자주해왔지만, 철학자들이나 그 사람들이 남긴 명언 들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실제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문구는 유명해도 소크라테스가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경위로 이러한 명언을 남겼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고 나도 그 편에 속해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블랙박스 영역이었던 소크라테스, 루소, 니체, 에피쿠로스 등의 철학자들의 삶을 아주 깊이는 아니더라도 얕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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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4# = Memorize/M_ = 생각 2021. 9. 26. 02:47
2021-09-26 02:00 무작위로 널부러진 잡념들 때문에 '일찍 잠들기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다가 간만에 글을 안쓰고는 못버틸 정도의 영감(또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남기는 글. 1. 며칠전 지인에게 비슷한 일도 있었고, 평소에도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책에 나왔다. """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 이후 소크라테스 파트에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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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3# = Memorize/M_ = 생각 2021. 8. 24. 15:44
'나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월,화,수,목,금 풀타임 재택근무를 하는 요새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다. 내 자취방에서 a랑 단 둘이서만 부대끼고 산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다시 돌아가도 견딜 수 없을만치 힘든 일, 기억만으로도 하루가 통째로 우울해 질 법한 일들도 어찌저찌 겨우겨우 넘겨왔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 겪는 불만?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전에 큰 시련과 고난이 있었다고 지금 내 앞에 닥친 불만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다짐과 이게 무슨 상관이냐? a가 출근하지 않는 날의 일과는 아래와 같다. 전 날 음주로 조기 취침 (22시 이전) 이른 새벽 기상 5시 '오전만큼은 제발 술 안먹으면 안되냐?'라는 나의 잔소리 때문에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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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독후감# = Memorize/M_ = 책 2021. 8. 8. 17:13
t-2 시점 예전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애석하게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체형을 가졌지만, (매 학년마다 단거리 기록 측정 전까지 '나 작년에 반에서 1등했어! '를 믿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별 다른 노력없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측정한 단거리 달리기를 시작으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3등을 놓치 적이 없다. 위의 부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뛰어야 하는 상황이 닥칠때 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즐거웠다. t-1 시점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24살에는 밤 새 술을 마시고 덜컥 신청한 10km 마라톤 51분의 기록으을 완주했다. 달리는 내내 '어제 술만 안마셨으면 분명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따돌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작정하고 준비했던 마라톤에서는 10km를 46분 5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