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8
    카테고리 없음 2021. 12. 25. 01:10

    잠들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잠귀가 밝았던 적도 없었다.

    근 1년이란 시간에서 누구는 나에게 극도로 예민한 잠귀를 선사했고, 최근에는 덤으로 불면증까지 얹어줬다. 하루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침을 좋아하던 나는 하루 중 유일하게 애정하는 시간조차도 빼앗겨버렸다. 잠깐 약에 의지해 잠에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 작은 알약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꽤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 작은 알약을 받으러 갔다 오는 길은 그것보다 더 별로인 경험이었다. 결국 술은 유일하게 편히 잠에 들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술을 끊은 지금의 나는 잠에 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렸다.

    누구는 평생을 집에서 흡연을 해왔다. 화장실, 거실, 안방 할거없이. 누구를 떠나 자취를 시작했건만 누구는 다시 내 공간을 침범했고, 어김없이 내 모든 공간에서 담배를 피웠다. 수많은 잔소리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자다가도 옆방에서 들리는 라이터 소리에 깨버리는 경지에 올랐다. 그렇게 내 잠귀는 밝아졌다.

    누구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나도 그러하다.
    거기에서 오는 인지부조화는 나를 계속해서 갉아먹는다. 지난 상황에서의 최선을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그것 또한 나를 갉아먹을듯 하다.
    갉아먹히는지도 모르고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뼈까지 도달한 것인지 갉아 먹힐게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하루하루 갉아먹히는게 몸서리치게 느껴진다.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알고보니 이미 너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제일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통화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펑펑 울었다. 그 후에 여러 위로와 대화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아무말 없이 내 통곡을 들어주는 시간이 사실 더 큰 위로였던 것 같다.

    또 다른 사랑하는 친구는 나에게 물어봤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내 힘듦에 관심을 가졌다. 주저리 주저리 말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친구의 집요함에 졌다.
    친구는 울먹이며, 그러고 있기엔 내 젊음이 너무 아깝지 않냐고 얘기했다. 자기전에 곱씹어보며 울었다.
    올해는 눈물투성이다. 나는 원래 찔찔이라 이런거 아니라도 울 일이 많은데.

    결국 10월의 블루는 12월 현재, 계속 진행 중이지만 금주를 시작으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아무 쓸데 없는 글이 10개에 가까워지고있지만 그만큼 10월의 블루도 끝이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0월의 블루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오글거리지 않아 지우지 못하지만 어서 빨리 으. 오글거려. 하며 통째로 지워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말 간절히.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