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말들] 서평
1. 읽기 전
무언가에 빠지면 정확히 알고 싶고, 잘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여기서 무언가는 축구, 게임, 노래 등과 같은 특정 action 을 취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떠한 사상, 생각일 수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보통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좇아 연습을 하거나 영상, 책, 강의 등을 봄으로써 내 욕심을 해결 할 수 있다.
요새는 ‘책읽기’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책읽기’라는 행위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생산적 책읽기’, ‘읽기의 말들’ 두 책을 구매하였다.
이 글은 [읽기의 말들]에 대한 서평이다.
2. 저자, 책
[읽기의 말들]
- 이 땅 위의 모든 읽기에 관하여
저자 : 박총
출판사 : 유유
인생이 비루하나 꽃과 책이 있어 최악은 면했다는 저자는 꽃향기를 맡으면 꼬마 자동차 붕붕이처럼
힘이 솟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저서로는 밀월일기, 욕쟁이 예수등이 있다.
3. 읽은 후
책을 읽고 읽기 전에 내가 원했던 책을 잘 읽고 정확히 읽고 싶어 하는 부분을 해결했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No 이다.
이 책은 되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 건너뛰며 읽을 권리 /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등을 얘기하며 독서의 의무 따위는 개나 줘버리자고 얘기한다.
내 욕심에 [읽기의 말들]이라는 제목만 보고 책을 섣불리 판단했던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그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주된 말은 책의 무용지용이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있음.'
여기서 쓸모 없다는 것은 통상 사람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즉, 유익을 추구하며 책읽기를 한다면 평생 읽는 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즉 무용이다.
저자는 고故 김현의 말을 빌려 자신의 책읽기의 대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책읽기는 부귀영화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돈을 벌게 해주지도 않고, 출세의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 때문에 책읽기는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들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그러면서 “자기계발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순수한 쾌락을 위한 독서를 하자”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삼투압 현상을 빌어 ‘책읽기’에 대해 얘기한다.
‘자기계발에 소홀하면 도태된다.’
‘뱃살은 자기 관리의 실패다.’
‘중학교 이전에 인생이 결정난다.’ 등의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고농도 문장들에 삶의 방식을 빼앗기지 않고 ‘책읽기’를 통해 내 안에 깃든 언어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되레 몸 밖의 오염된 말도 흡수해 기꺼운 자양분으로 삼아 자칫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지탱할 수 있게 해준다고.
즉 무용지용이다.
하지만 저자의 책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를 결코 지루해 하지 않는 것은 나를 애무하도록 하는 관능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라도 울고 싶은데, 아니 어른이라 울고 싶은 날이 더 많은데 이제 엄마의 품이 없다. 대신 책을 엄마로 삼는다. 책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며 그리는 반원이 시골집 뒷산처럼 둥근 어머니의 젖가슴이 되면 나는 저기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한다. 북받쳐 통곡하기도 한다.”
“책과의 에로틱한 관계를 모르는 이들은 왜 넝마 같은 책을 갖고 있냐며 핀잔을 준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 대한 사랑을 연인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등에 빗대어 얘기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적나라하여 공감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면 저자가 사랑하는 책과 그 가치관이 내가 이 책에 바랬던 부분과는 많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적이다.
재밌게 읽었던 책을 남에게 소개하듯,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책읽기’라는 행위를 남에게 소개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소개에는 많은 공감이 있다.
따라서, 위 필자가 거부감이 들었던 문장들을 읽어보고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는 사람이라면 책을 즐겨 읽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책을 읽으며 감명 깊었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책 이름을 모르는 것보다 길섶에서 매번 마주치는 꽃 이름을 몰라서 얼굴이 빨개지는 사회,
활자책보다 사람책, 자연책을 더 즐겨읽는 세상을 위해서 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