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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을 못 이겨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일기와 잡담 그 사이 #4

md_pq 2021. 9. 26. 02:47

2021-09-26 02:00
무작위로 널부러진 잡념들 때문에 '일찍 잠들기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다가 간만에 글을 안쓰고는 못버틸 정도의 영감(또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남기는 글.

1.
며칠전 지인에게 비슷한 일도 있었고, 평소에도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책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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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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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소크라테스 파트에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무엇을'과 '왜'에 대한 질문들에 고민하고 답해왔지만 소크라테스는 '어떻게'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던지고 답했다고 한다.

2.
인천에서 새로운 살림을 차리면서 구비한 물품들 중 '이건 정말 잘 샀다 !'라는 생각이 드는 물품 중 하나는 무중력 의자다.
이 의자는 시침과 분침을 예로 정각 9시의 각도로도 앉아 있을 수 있고, 의지에 따라 11시 25분의 각도로도 앉을 수 있는 의자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또한 이 의자에서 최대 기울기라 생각한 상태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의자 옆 책상에서 우리집 고양이 중 제일 가벼운 차장이(2키로 남짓)가 몸도 아닌 그저 앞발만을 내 머리맡 의자에 올린다.
그러자 최대 기울기라고 생각한 의자는 시계의 시침이 움직이듯 천천히 최대 기울기로 기울여졌다.

1+2.
무중력 의자에서 흡사 무중력을 만끽하듯 뇌 혹은 생각이 중력에서 잠깐 벗어나 멍해지는 기분과 함께 무언갈 깨닫는다.

'골치 아픈 사람이든 아니든 나에게 미치는 모든 영향력의 세기는 행하는 사람이 아닌 내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상태는 내 생각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

마르쿠스가 제안한 문구에 '어떻게'에 대한 질문의 답은 결국 자신의 '현재 상태'가 시작인 것이다.
무중력을 비유로 들 정도로 편안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한 의자에서의 내 위치는 고작 작은 고양이 앞 발에 온몸이 기울어질 정도의 상태였던 것이고, 골치 아픈 사람에게 영향력을 빼앗겨 타인에 의해 기분, 신념 등이 좌지우지되는 삶을 사는 것 또한 지금 나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다.

이 전글에서도 '나는 더욱 더 단단해져야 한다.' 라는 주제로 글을 적었지만, 비단 그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내게 미치는 '모든 영향력'은 결국 내 상태에 종속적이었구나.
그와의 관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무중력 의자들 중 가장 쉽게 기울여지는 의자지만 그 의자는 다른 모든 의자의 상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구나.
반대로! 나는 이 영향에서만 벗어나면 내게 미치는 모든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지 않을까?

또! 결국! 소크라테스가 그러하듯 '어떻게'로 귀결되네.
그치만 이 스텝 또한 이전 스텝이 그러했듯 조만간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아 조금은 상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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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안쓰고는 못 버틸 정도의 영감이 시발점이었던거 치고는 쓰고 보니 뻔한 문장의 나열들인듯 싶다.
하지만 오늘처럼 지식과 고민, 경험 등이 지혜가 되듯, 이런 뻔해보이는 문구, 명언 들을 체화하는 과정은 언제나 짜릿하다.
아주 오랜만에 '어제보다 더 나은 나'가 된듯하여, 아니 더 나은 내가 되어 기분 좋은 단밤이다.